부모님이 떠난 후 알게 된 사랑
나이가 들면 그리운 것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미래를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무엇을 이룰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반찬통이 그리워지는 나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려고 하네요.

그런데 어느새 60대가 되고 보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릴 적 살던 집.
학교 가던 골목길.
아버지의 자전거.
그리고 어머니의 반찬통.
이상하게도 요즘은 냉장고를 열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반찬 몇 개를 꺼내 먹다가도 문득 어머니가 싸주던 반찬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반찬통에 담겨 있던 것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은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에야 알게 된 사랑과,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반찬통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귀찮게만 느껴졌던 어머니의 반찬통
결혼하고 분가한 뒤에도 어머니는 늘 반찬을 챙겨주셨습니다.
김치.
멸치볶음.
장조림.
나물.
계절마다 달라지는 반찬들이었습니다.
주말에 부모님 댁에 다녀오면 늘 손에 반찬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집에 가서 먹어라."
"아내 힘들게 하지 말고 이거 가져가."
"이건 네가 좋아하잖아."
당시의 저는 그 마음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귀찮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엄마, 집에도 반찬 많아요."
"이제 안 챙겨주셔도 돼요."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똑같았습니다.
제가 싫다고 말해도 꼭 반찬통을 챙겨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합니다.
그 작은 반찬통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새벽부터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간을 맞추고.
포장까지 하셨을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어머니는 늘 사랑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부모님이 떠난 후에야 보이는 것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전화하면 받는 목소리.
명절에 찾아가면 차려져 있는 밥상.
걱정 어린 잔소리.
그리고 반찬통.
하지만 부모님이 떠나시고 나니 그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플라스틱 반찬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던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반찬통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 반찬통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그리운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늘 저를 먼저 생각하셨습니다.
본인은 좋은 옷 한 벌 사지 않으면서 자식들 먹을 것은 챙기셨습니다.
본인은 아파도 참으면서 자식 걱정은 먼저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제가 부모가 되어 보니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계산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주는 사랑.
조건 없이 주는 사랑.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떠난 뒤 남는 것은 후회입니다.
왜 더 자주 찾아가지 못했을까.
왜 더 자주 전화하지 못했을까.
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그 질문들이 가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이제는 내가 부모의 마음을 이어갑니다
세월은 참 빠릅니다.
어느새 저도 손주를 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사랑을 주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아들이 집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날이 있었습니다.
저는 냉장고를 열어 반찬 몇 가지를 꺼냈습니다.
김치도 담고.
멸치볶음도 담고.
과일까지 챙겼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집에도 반찬 많아요."
순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 말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젊을 때 어머니께 했던 말과 똑같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자식이 필요 없다고 해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
혹시 부족할까 걱정되는 마음.
잘 먹고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뒤 한참 동안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자식에게 전해지고.
또 그 자식이 부모가 되어 다음 세대에게 전해집니다.
저는 이제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알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사람이 많아집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사람은 역시 부모님입니다.
특히 어머니는 떠난 뒤에도 일상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반찬통 하나를 보아도 생각나고.
김치 냄새를 맡아도 생각나고.
시장에서 나물을 보면 생각납니다.
젊을 때는 몰랐습니다.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말입니다.
어머니의 반찬통은 단순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고.
걱정이 담겨 있었고.
희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을 향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부모님이 곁에 계신다면 꼭 시간을 내어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전화 한 통이라도 해보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영원히 기다려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제 어머니의 반찬통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 반찬통을 채워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더욱 그립습니다.
부모님이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평생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